[사색의 향기] 생명을 먹이는 일은

Posted by MD워시퍼
2014. 1. 28. 15:29 Feeling/사색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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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 베란다 화분에 아무것도 심지 않았다.
바람이 품어 온 민들레 씨앗,
저 홀로 뿌리내리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다.
동풍이 불고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던 날, 9층 베란다 창밖에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내 집에 찾아온 손님, 흙만 쪼는 모습이 보기 미안해
쌀 몇 알을 뿌려 주었다.
며칠 후에는 흰 비둘기가 등장했다.
생명을 먹이는 일은,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배부른 일이라서,
비둘기 몫으로 보리쌀을 한 봉지 구입했다.
비둘기의 깃털 색깔을 다서 깜비와 흰비라고 이름을 지었다.

- 김규나, 수필 '비둘기 랩소디' 중에서 -


반려동물뿐 아니라, 스쳐지나가는 동물에게까지,
그리고 식물에게까지 따스한 눈길을 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설사 그냥 지나친다 해도 그들에게 보내는 따스한 마음은
누구나 갖는 마음일 겁니다.
그래서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라는 말이 맞는가봅니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세상은 어느 한 종족만이 지배하는 곳은 아닙니다.

'생명을 먹이는 일은,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배부른 일'이라는
구절이 유독 와 닿습니다.

[일지희망편지] 산에 들어가다

Posted by MD워시퍼
2010. 7. 14. 09:25 Feeling/일지희망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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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이 짙어가는 산을 찾는
발길이 많아지는 계절입니다.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 선조들께서는 산을 ‘오른다 (登山)’하지 않고
산에 ‘들어간다(入山)’고 하였습니다.
그만큼 산을 신성시하고 경배했던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입산이라는 말에는
수행의 의미가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운동으로 산을 오르는 것과
자연의 율려와 하나 되기 위해
산에 드는 것과 같을 리 없습니다.

산에 들어갈 때는 살아 있는
그림 속을 거닐듯이 걸어보십시오.
걸음 하나하나를 느껴보십시오.
걸음을 한번 내디딜 때마다
몸의 어느 부위가 움직이고
어느 쪽으로 중심이 이동하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걷게 됩니다.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산의 기운을 느끼고 교류하며
생명의 리듬을 즐겨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