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인터넷 스타트업 이야기를 듣다보면 '매출은 나중에 따라옵니다'와 같은 훈훈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잘 못 해석해서 '우리는 정성적인 가치에만 집중해요'라고 오해하면 곤란하다. 실제로 외국 기업들과 일해보면 굉장히 치밀하게 분석하고 수치를 술술 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걸 메트릭(metrics)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어떤 수치를 보면 될까? 어떤 수치가 의미가 있을까?
[아무 상관없는 무언가 그럴듯한 이미지]
파프리카랩의 소셜게임파티 발표 때 두서없이 설명한 적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조금 더 일반화하여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중요한 메트릭이 뭔지, 어떻게 이해하면 되고, 또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 한번 살펴보자.
회사 입장에서 수익모델(Revenue Model)을 정리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수순이 있다.
1) 신규 고객 유치 -> 2) 기존 고객 유지 -> 3) 유료화/수익창출이다. 이건 꽤나 일반적인 프레임웍으로 거의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라면 이 틀에 맞춰놓고 생각해볼 수 있다. 이하는 경영학이나 회계학을 배우지 않아서 돈계산이라면 질색이지만 숫자라면 자신있는 공대생을 주타겟으로 써보았다.
1) 신규 고객 유치 (Customer/User Acquisition)
모든 고객 유치에는 노력이 수반된다. 외부에 의존하는 노력 (광고)이 있던 내부에 의존하는 노력 (공유 기능, 친구 초대 기능 등) 등이 있다. 이러한 모든 제반 비용과 부대 효과를 다 합쳐서 CAC(Customer Acquisition Cost)라고 부른다.
이를 좀더 세분화 해보자면 이렇다.
- 자연 유입: 뭔가 어딘가 일단 올려 놓아서 생기는 부분. 앱스토어에 올려놓기만 해도 누가 받긴 받는다. 안 받을 수도 있다. good luck!
- 유료 광고: 배너 광고, 키워드 광고, PPL, 지하철, 버스, TV, 라디오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
- 상호 홍보: 배너/트래픽/링크 교환, 멤버십 카드 공유 (아시아나 항공의 스타얼라이언스), 헬스장과 근처 스무디킹의 홍보물 연계 등
- 입소문: 기능에 의한 입소문 (친구 초청을 하면 용량을 늘려주는 dropbox), 단순 초대 (페이스북/싸이월드 일촌 초대 기능), 그 외 측정이 힘든 입소문 (모바일앱을 그냥 친구에게 스윽 보여주기)
- 검색: 광고가 아니라 SEO(검색엔진최적화)가 되었건 자사 블로그가 되었건 검색을 통해 들어옴
- 그 외 유입(referral): 제3자가 리뷰를 쓰던, 파워블로거에 홍보가 되었건, 카페에 소개 되는 등
여기에 나오는 것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동시다발적으로 하여 규모의 경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그런 효과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이 중에서 측정이 되는 것들(예: 인터넷 키워드 광고, 배너 교환 유입량 등)은 반드시 측정할 필요가 있다. 직접 측정하기 힘든 것들(단순 노출 TV광고 등)도 가능하면 간단하게나마 추정할 수 있으면 좋다.
그렇게 하여 1명의 고객을 데리고 오는데 드는 평균 비용을 구하면 그게 곧 CAC가 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꽤나 큰 커피숍을 하나 냈다고 치자. 인터넷 광고를 좀 거하게(예: 2천500만원? '에게' 인가? 이런 통큰당신 같으니라고 후후훗) 했더니 실제 매장 방문에 월 5천명정도 왔다고 하자. 근데 이걸 해보니 리뷰에도 여기저기 올라가고 배너 교환 등도 해서 무료로 방문하는 고객들도 꾸준하게 한 5천명 되어서 도합 월 1만명이 매장에 방문한다고 하자. 그러면 2천500만원을 써서 총 1만명이 들어왔으므로 CAC는 2,500원이 된다.
2) 기존 고객 유지 (Customer/User Retention)
일단 들어온 유저는 모두 충성 고객이 되는가 하면 물론 그렇지 않다. 들어왔다 바로 나가는 사람, 다운받고도 실행도 안하는 사람, 한두번써보고 마는 사람, 한동안안쓰다가 친구들이 자꾸 쓰라고해서 어쩔 수 없이 쓰는 사람 등.. 그남자 그여자의 사정이다.
여기서는 이탈율을 잘 보아야 한다. 하루에 한 2만명 들어오더니, 다음날을 보니 그날 들어온 사람들의 40%만이 되돌아왔다. 또 그 다음날을 보니 30%만 되돌아왔다. 즉, 2만명을 넣어도 3일째에는 6천명만 남는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6천명은 좀 꾸준히 간다. 한 1주일 지나서보니 20%이하로 내려가긴 했지만, 그 다음주 (week 2)에는 다시 들어온 고유(unique) 유저의 합이 한 6천명이 남았다. 이제 주 단위로 누적하여 재방문율(retention)을 살펴보면 우리가 얼마나 "끈끈한(sticky)" 제품/서비스를 만들었는 지 알 수 있다. 소셜 게임에서는 이걸 하나의 지표로 승화(?)시켜 Stickiness라는 걸 사용한다. 일일 순 이용자(DAU: Daily Active User)를 월간 순 이용자(MAU: Monthly Active User)로 나누면 된다.
앞의 사례에서 우리가 잘만들면 이 6천명이 8천명이었을 수도 있고, 더 못만들었으면 2천명만 남을 수도 있다. (단기 retention)
그리고 정말 잘 만들었으면 이 6천명이 평균 6개월을 쓸 수도 있고, 잘못 만들었으면 딱 2주일 쓰고 두번다시 안 쓸 수도 있다. (장기 retention 혹은 제품수명 PLC; product life-cycle)
결국 retention이 그 제품의 경쟁력을 나타낸다. (단, 주의할게 retention이 좋다고 반드시 입소문이 나란 법은 없다. 입소문은 개별적인 전략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기능적으로 초대한다거나, 공유가 무척이나 쉽게 되어있다거나, 남에게 휴대폰으로 스윽 보여줬을 때 부끄럽지 않다거나..)
이런식으로 자신의 제품 사용량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를 뽑아서 매일/매주/매달 보면 된다. 우리의 커피숍의 경우에는 PLC가 1.5개월이라고 하자. 한번 오면 고객이 한 1.5개월 정도 오다가 다른 매장으로 유행이 옮겨간다는 의미다. 너무 짧다고? 충성고객이야 1년도 오겠지만, 뜨내기나 잠시 회의차 들린 손님은 1번오고 두번다시 안올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퉁쳐보니 1.5개월이 나왔다고 하자.
3) 수익 창출/유료화 (Monetization)
그러면 매출은 나야 하나요? 이런 나이브(naive)한 질문은 하지 말자. 기업에게 있어서 생존은 필수다. "이익"을 내야할지는 철학적으로 결정할 수도 있다. 우리는 비영리예요 라던가 말이다. 그렇지만 적자가 나면서 생존할 수는 없다. 결국 보다 좋은 일을 많이 하기 위하여 이익은 필요조건인게다.
다만 매출을 내는 시점은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이게 바다건너 실리콘 계곡의 기업들이 말하는 "수익은 나중에"다. 앞의 A(acquisition)와 R(retention)은 M(monetization)과 서로 연결되어있다. 섯불리 M이라는 레버를 당기면 R이 떨어지기도 하고 안 좋은 입소문이 나서 A가 비싸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M을 안당기고 기다리다가 R이 높은데도 유지할 수 없어서 서비스를 닫는 사태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타이밍을 판단해야 한다.
유료화 전략은 이전에 억만장자 글에서 간단하게 다룬 바 있는 것 처럼 다양하다. B2C가 아닌 B2B로 가면 훨씬 다양해진다. 하지만 지표를 보기에는 부분유료화(시작은 공짜, 쓰다가 좀 고급기능쓰려면 돈내야함)가 재미있다.
- ASP(평균구매단가; Average Selling Price): 커피숍을 생각해보면 된다. 커피숍에 평균적으로 한번에 2명이 같이 방문을 하는데 이것저것 주문해서 1만원을 쓰더라. 하면 ASP는 1만원/2명 = 5천원/회가 된다. 그런데 만약 이 사람들이 한 달에 여러번 온다면?
- ARPPU (유료고객평균매출; Average Revenue Per Paying User): 이통사에서 흔히 ARPU라고 쓰기도 하는데, 우리의 예에서는 무료고객(와서 앉아서 친구기다리다 가는 무임승차고객)도 있으므로 유료고객을 나누기 위하여 ARPPU를 쓴다. 앞에 설명한 고객들이 월 평균 4회를 방문한다고 치면, 올때마다 1명이 5천원씩 쓰는데, 월 4회를 온다. 그러므로 월간 ARPPU는 5천원 * 4회 = 2만원이 된다.
- Paying Rate (결제율): 하지만 모든 고객이 돈을 내는건 아니고 와서 무임 승차하는 고객이 한 50% 된다고 하자. 그러면 여기서 "모든 고객"에 대한 ARPU를 구할 수 있다.
- ARPU (고객평균매출; Average Revenue Per User): ARPU = ARPPU * Paying % = 2만원 * 50% = 1만원이 된다. 즉, 뚜벅이, 뜨내기, 충성 고객, 변태 등을 모두 포함하여 고객당 월 평균 매출은 1만원이다.
- 마지막 LTV(고객평생가치 혹은 고객생애가치; Life Time Value): 우리의 PLC가 1.5개월이므로 여기에 ARPU를 곱하면 LTV는 1.5개월 * 1만원 = 1만5천원이된다. 이게 우리가게 손님의 고객평생가치다.
어렵게 잘 따라오셨다.
이제 우리는 처음으로 돌아가서 우리의 커피숍의 ROI를 살펴보자.
- Acquisition: 마케팅에 2천500만원을 썼고, 결과적으로 월 1만명이 방문을 했다. (그 뒤로는 완전 신규 고객은 없다고 가정하자)
- Retention: 우리의 고객당 재방문율을 퉁쳐서 PLC를 보니 1.5개월이라고 했다.
- Monetization: LTV가 1만5천원인데 1만명이므로 우리의 1만명에 대한 매출 잠재력은 1억5천만원이다.
- Profit은 이를 합하고 비용을 제하면 된다.
- 총매출 1억5천만원
- 비용 (걍 대충 때려넣었습니다)
- 마케팅: 2천500만원
- 임대료: 2천만원 (보증금은 빼자) * 1.5개월 = 3천만원
- 인건비: 월 2천만원 * 1.5개월 = 3천만원
- 매출원가(커피 재료라고 생각하자): 3천만원
- 잡비: 1천만원 * 1.5개월 = 1천5백만원
- 계: 1억3천만원
- 세전이익: 2천만원
- 이익률: 13%
음.. 커피숍이 이런 이익률이면 우울할 듯 하다. 자, 여기서 끝나면 일반 "창업가이드" 책과 별다를 게 없다. 딱 한 걸음만 더 나가보자. 여기서 마케팅을 더 하면 이익이 커질까? (매출이야 당연히 커지겠지만) 아니면 작아질까?
이때 "변동비"와 "고정비"라는 개념만 이해하면 편하다. 변동비는 뭐냐.. 하면 매출이 오르면 같이 오르는 비용이다. 고정비는? 매출이 올라도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다. (사실 엄밀히는 매출이 어어어어엄청나게 오르면 고정비도 올라간다.) 쉽게 생각하면 매출이 늘면 (커피가 많이 팔리거나 손님이 많아지려면) 마케팅비나 매출원가는 올라간다. 인건비는 일단 목표 매출에 맞게 뽑았다고 가정하면 갑자기 정비례하여 오르진 않을거고, 그러다보니 당분간 임대료도 오르진 않을게다.
자, 마케팅을 5천만원으로 올렸더니 손님이 2배가 왔다고 하자. 그리고 다시 1.5개월이 흘렀다.
- 총 매출 3억원
- 비용
- [변동비] 마케팅: 5천만원
- [고정비] 총 임대료: 3천만원
- [고정비] 인건비: 3천만원
- [변동비] 매출원가: 6천만원
- [고정비로 가정] 잡비: 1천5백만원
- 계: 1억 8천 5백만원
- 세전이익: 1억 1천 5백만원
- 이익률: 38%
엄청나게 이익이 신장했다!! 이제 나가서 포르셰를 사면 된다.
물론 현실은 이렇지 않다. 매출이 2배 정도 되려면 아무래도 사람도 좀더 필요할거고 여러형태의 손실도 생기고 (의자도 부서지고, 컵도 깨지고, 이런저런 관리비 증가 등) 하다보니 급격히 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여기서 보고자 한건 매출을 늘리려면 함께 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어떤게 후발주자로 천천히 따라올라가는지, 혹은 새롭게 발생하는 비용이 뭔지 생각해보는게 중요하다는 거다. 어쩌다보니 메트릭 이야기만 하려 했는데 관리회계의 영역으로 넘어와버렸다. 보너스라고 생각해주세요.
근데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맞춰 쓰겠다고 해놓고 왜 커피숍이냐?
자신의 기업에 맞게 적용해보는건 여러분의 숙제로 남겨두려고 ... (사실 쓰다보니 돌이키기 힘들어져서 그냥 넘어가주세요 ㅜㅜ)
한가지 힌트를 주자면 소프트웨어 회사는 회계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재료비는 거의 없다고 하고, LTV - CAC가 양인지 음인지만 파악하면 된다. 위의 경우 (커피숍이긴하지만) LTV 1만5천원이고 CAC가 2,500원이므로 LTV - CAC가 양수여서 어느 정도 규모에 도달하면 흑자를 나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다.
Good 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