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

Posted by MD워시퍼
2011. 6. 14. 13:52 Good Articles/Gene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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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 그룹이 얼마나 인기가 있느냐하면…."

"응, 알았어. 엄마가 알아들었으니까 이제 그만 얘기하고 밥 먹자."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요? 인식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아이들과 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 중 하나랍니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키즈 스피치' 교실 아이들에게 "엄마와 대화하기 싫어질 때는 언제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가장 많이 대답한 대목이랍니다. 어른들은 귀찮아서 아이들과 대화를 길게 끌어가지 않지만, 아이들은 모두 기억하고 있어요. 혹시 오늘도 아이들과 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나요?

아이들이 가장 상처받는 말이 뭔지 아세요?

초등학교 자녀가 있는 부모님 세대가 '반 글, 반 스피치의 시대'를 살았다면, 아이들은 앞으로 '100% 스피치 시대'를 살아가야 합니다. 상급 학교에 진학할 때 면접을 보게 되고, 발표도 프레젠테이션으로 하게 되면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능력이 중요해진 것이죠. 모든 것이 스피치로 평가받는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스피치 능력은 언제 어떻게 길러질까요?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명연설가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그 자질이 키워졌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이 관심을 갖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재미있어서 계속 이야기를 하다 보니 스피치 능력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죠. 제가 명연설가는 아니지만, 사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제 고향은 충청도 증평이었고, 부모님은 두 분 모두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바쁘셨죠. 하지만 저의 이야기는 늘 재미있게 들어주셨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저는 초등학교 다닐 때 무척 활달했어요. 말도 참 많았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자는 사람 깨워서라도 말을 해야 직성이 풀렸죠. 아무튼 수업이 끝나고 집에 오면 엄마 아빠를 붙잡고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했어요. 증평에서 알아주는 왈가닥이었으니 하루 종일 사건 사고가 얼마나 많았겠어요.

집에 도착하면 누구든 붙잡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도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지만, 아버지는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양 몇 시간이고 제 이야기를 들어주었어요. 그냥 듣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틈만 나면 "우리 미경이는 어쩜 이렇게 말을 잘하냐!" "나중에 큰 인물이 될 거야"하고 칭찬까지 해주셨어요. 그러니 제가 얼마나 신이 나서 이야기를 했겠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많이 고마워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지겨웠을 텐데, 참 잘 들어주셨어요.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두 분은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었고, 제가 그때 몸에 익힌 '말발'로 먹고살 수 있게 '보너스'까지 주셨습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답니다

아이들에게는 수다스러운 게 나쁜 습관이 아닙니다. 지나칠 정도로 말이 많은 것만 아니라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고 아주 건강한 모습이죠. 말수가 없는 것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조용히 지내는 게 미덕인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지났습니다. 자신의 느낌, 욕망, 능력을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길이 열리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아이가 말을 아끼다 보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적어지고 소극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요. 반대로 타고나길 소극적인 아이들도 엄마, 아빠가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한답니다.

어떠세요? 아이들이 와서 말을 붙일 때, 혹시 "엄마 지금 바쁘거든. 나중에 이야기하자" "그 이야기는 지난번에 했잖아" "그만 떠들고 들어가서 공부나 해" 이렇게 말하지는 않나요? 언젠가부터 아이들이 말문을 닫아버리지 않았나요? 그리고 나중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때, "너는 왜 엄마에게 미리 말을 안 했니?" "엄마에게 힘들다고 말하지 그랬어?" 이렇게 말하지 않나요. 혹시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바꾸려고 노력하세요. 아이들 웃음소리가 한 옥타브는 올라갈 겁니다.

아이들에게 하지 말아야 할 몇 가지 말
1 어른들 말씀 중이잖아


_누군가의 말을 자르며 끼어드는 것이 좋은 습관은 아니지만, 아이들은 갑작스레 떠오르는 생각들을 표현하고 싶어 합니다. 아이들과 같은 공간에 있을 때에는 아이들이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부모님은 귀명창의 역할을 해주면 어떨까요?

2 얘가 엄마를 이겨먹으려고 해?

_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했을 뿐인데, 부모님들은 아이가 대든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자신의 의견이 상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생각되어 서툰 표현 방법으로 말을 하게 되는 것이죠. 부모님이 먼저 큰소리를 내었을 수도 있고, 윽박질렀을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부모님과 같이 이야기하는 거예요.

3 좀 얌전하게 말해. 정신없어 죽겠어

_아이가 말을 하면서 충분히 몰입이 되었다는 증거이며 이런 습관들 속에서 자연스러운 몸짓언어의 표현이 나오게 됩니다. "손가만히..", "손 무릎에.." 등의 표현은 부모님 세대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몸을 사용하도록 독려해주시고, 그 모습에서 아이의 자신감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성중앙 2011 0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