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방정식 1.0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직업은 위의 표처럼 생각할 수 있다. 오른쪽 동그라미는 돈이고, 왼편 동그라미는 능력이다. 대다수가 이 개념에 동의할 것이다. 최고경영자건 말단 사원이건 '잘할 수 있는' 노동을 팔고, 그 노동에 대한 금전적 대가를 받는다. 대학교수든 배관공이든 그 어떤 직업이건 이 방정식은 적용된다.
그러나 이제 시대는 변했다. 더 이상 '직장방정식 1.0'은 유효하지 않다. 문제는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패러다임이 사라져 가는 데 있다. 저성장 경제다. 우리 임금이 과거처럼 상승할 여지가 없다. 게다가 사람만이 할 수 있었던 노동을 기계가 대체하니 '남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것도 급속도로 사라져간다. 힘이 세고 지식이 많아도 돈을 더 받을 방도가 없다.
이제 직장인들은 직업의 무의미성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에서 지난 수년 동안 대유행이었던 힐링과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화두가 바로 인간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목소리다. 기성세대가 공장경제의 달콤함을 아무리 외쳐도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인류사적으로 보면 당연한 이치다.
연봉이 조금 적더라도 하고 싶은 일, 사랑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2014년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젊은 직원들에게 주말 근무를 금지시켰다. 전체 업무 시간도 줄여나가겠다고 공표했다. 돈과 능력만이 직업의 모든 것인 자본주의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다는 투자은행에서 일어난 일이다. 젊은 세대의 인재를 실리콘밸리에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직장방정식 1.0'을 폐기할 시간이 다가왔다.
직장방정식 2.0
이제는 '직장방정식 2.0'이다. 세상이 만들어놓은 잣대에 자신을 끼워맞추는 1.0 방정식에서 벗어나 직업의 참의미를 찾아가는 이 과정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기업 역시 '직장방정식 2.0'을 도입하면 열정적인 직원의 비율을 높일 수 있고 그것이 경쟁력을 확보하게 해준다.
위의 표에서 보듯이 '직장방정식 2.0'에서 내가 사랑하는 것,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것 3가지가 모두 겹쳐지는 교집합을 비전이라 한다. 즉 '직장방정식 1.0'의 단순히 '내가 잘하는 것'을 뛰어넘어 3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 직업의 꿈이다.
- 내가 사랑하는 것 ∩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것 = 열정
- 내가 사랑하는 것 ∩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 미션
-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것 ∩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 소명
'직장방정식 2.0'은 종종 듣는 막연한 꿈의 의미와는 다르다. 이는 꿈을 실용적으로 꿀 수 있게 도와준다. 2.0 해법은 경쟁력 증대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진정성이 경쟁력이 되는 새로운 자본주의로의 전환기에 살고 있기에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인 직업의 비전을 찾아낸다면 열정을 갖게 되고, 미션과 소명을 갖게 된다. 단순히 돈의 보상만을 추구하는 직장인이 가질 수 없는 에너지가 생긴다.
'직장방정식 2.0'의 유익한 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현재 직업과 궁합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연봉과 개인적 가치 사이의 판단이 쉬워지고 고민의 시간이 줄어든다.
- 열정과 미션에 맞는 직업을 구했다면 생산성이 높아진다. 에너지를 잃지 않으며, 장기적 경력 수립이 가능해진다.
- 이직할 때 기준이 명확해지고, 시간과 에너지가 절약된다.
- 업무적으로, 업무 외적으로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지 명료해진다.
- 어떤 업무에 몰입해야 하는지 선택이 쉬워진다. 업무 방식에서 나만의 스타일이 강해지고, 생산성이 올라간다.
- 업무나 개인사에서 도덕적 판단이 필요할 때 고민이 사라지며, 시간이 절약된다.
결국 삶이 간결해진다.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집중하면 경쟁력이 높아지고,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깨달으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자신과 가족의 정서적 삶이 풍요로워진다.
이 문제풀이가 결코 쉽지 않다. 당장 취업하는 게 우선이고, 충분한 연봉을 받는 일자리가 귀하다. 지금 좋은 일자리를 가졌다 해도 언제 구조조정의 칼날이 들이칠지 모른다. 대다수 기업은 여전히 공장경제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미디어와 학교는 미래에 대해 딱히 또렷한 계획이 없다. 그래서 어렵다. 하지만 포기하면 당신의 삶은 여전히 1.0의 족쇄에 묶인 채 제자리에 머문다.
* 이 글은 '이야기나무'에서 펴낸 박이언의 《직장학교》의 내용 일부를 요약, 정리했습니다.